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Re-structuring Seunsangga Citywalk
Partner architects :
Kim Taekbin, Lee Sanggoo
Location : Seoul Jongrogu
Year : 2015-2018
Photo: Kim Hanseok, Yang Woosang, Chang Yongsoon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공공공간 설계 진행 과정
이 프로젝트는 오래된 도시의 복잡한 주변상황 속에서 위치한다는 점과, 건축주가 특정인이나 사적 단체가 아닌, 여러 개인과 집단이 진행 과정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공공시설이라는 점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도시의 여러 가지 상황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협의, 수용하여 변경해야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설계와 실시설계가 진행되었다.
“도시 조직을 그물망처럼 연결하여 3차원의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설계 개념을 실제로 도시적 상황 안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까다롭고 지난한 작업이었다. 이 설계는 기존건물의 보강을 동반한 리노베이션이고, 500m에 걸쳐 있어서 도로, 광장, 데크 상하부, 청계천, 지하상가 등 서로 다른 도시적 상황과 접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다른 상황에 맞게 세부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일종의 “종합 선물 세트”였다. 건축뿐만 아니라 조경, 도시, 교통, 하천, 교량, 구조(안전진단, 구조설계, 구조보강), 토목 (지하 토목, 부대 토목), 안전 진단, 전기, 설비, 기계, 조명 등과 협업하면서, 설계를 진행했다.
건축 도면이나 구조 도면이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건물의 보강과 리노베이션을 한다는 것은 기존 구조에 대한 파악, 보강 보수 설계의 정도를 결정하기 위해서 많은 검토를 거쳐야 했다. 도심에 위치한 사이트에서 데크,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교량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지장물(땅속에 있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 관로 등)을 피해서 설계되어야 했는데, 현황에 맞는 지장물도가 없었던 점도 큰 난점 중 하나였다.
여러 상황에 설계를 조정하는 일뿐만 아니라 많은 회의와 자문, 보고, 심의를 위해서 보고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투자되었다. 세운, 청계, 대림 상가 각각의 독립적인 여러 차례의 주민설명회, 과장, 부장, 본부장, 기획관, 부시장, 총괄건축가, 시장을 위한 보고들, MP 회의, 기술 심의, 디자인 심의, 청계천 심의, 교통 규제 심의, 공원 심의, 하천 관리 심의, 경관 조명 심의, 구청 협의, 심의를 위한 사전 협의가 있었고, 회의 후에는 변경사항과 요구사항을 다시 설계에 반영하였다.
광폭 횡단 보도
종묘에서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남북 축의 시작이다. 조선시대의 어도가 이어지는 부분으로 종로를 건너가는 광폭 횡단 보도가 계획되었고, 교통 협의와 여러 심의를 통해서 교통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재료에 있어서 아스팔트로 마감하는 것과 화강석으로 마감하는 대안들이 있었으나, 많은 회의를 거쳐서 콘크리트에 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화강석 포장을 하는 안으로 설계되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폭의 횡단보도이다.
다시 세운 광장
세운상가군 전체를 철거하고 공원화하는 계획의 시작으로 2000년대에 현대 상가가 철거되었으나, 거주민 이주, 소유권 해결 등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으며, 무조건 오래된 것을 밀어버리고 새롭게 만들려는 개발방식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역사의 가치를 고려하게 되면서 도시재생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면서 전면철거는 멈추게 되었다. 철거된 현대 상가의 대지는 텃밭이 있는 초록띠 공원으로 사용하였다. 현상 안에서 이 부분에 종묘에 경외심을 표현하는 절제된 경사광장을 계획하였다. 종묘와의 관계 때문에 광장은 특별한 구조물이나 시설물 없이 담백하게 비워져 있으며, 광장 끝자락인 2,3층의 모습은 종묘의 긴 수평지붕과 원기둥과 연관되도록 긴 수평 데크와 원기둥으로 계획되어 있다. 광장의 경사나 성격은 시에나(Siena)의 캄포(Campo)광장이나 퐁피두 센터 광장을 참고했으며, 철거된 현대 상가의 흔적을 표현하기 위해서 바닥에 패턴으로 평면 모듈을 표현했다.
현상 당선 이후 주민설명회에서 1층 주민들이 경사 광장에 의해서 1층이 지하처럼 보이게 될 것을 우려해서, 광장의 폭을 줄일 것과 세운상가 앞부분이 데크에 가려서 어두워지지 않기를 요구했다. 이에 의해서 데크 폭이 축소되었다. 현상 안에서는 전체가 경사지로 된 광장이었으나, 기술 심사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경사광장을 계단으로 바꿀 것을 요청 받았고, 결국 서측부분을 계단과 벤취로 만들어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동측의 넓은 부분을 종묘의 어도가 연장되는 경사 광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현상안에서는 2층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세운광장에서 2층을 통해서 3층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계획하였으나, 자문회의에서 보행 네트워크 분석결과에 따라 경사광장 2층에서 3층 데크까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계단을 경사광장 서측에 설치할 것을 요청받았다. 이 직통계단은 종묘에 대응하는 수평적인 성격과도 어긋나고, 2층 데크의 시선이 차단되며, 2층 데크로의 접근이 줄어들게 만들지만, 자문회의의 요청으로 설치하게 되었다. 경사 광장 끝에서 세운상가 2층과 바로 접하게 되는데, 원래 2층은 접근성과 이용도가 떨어지면서 낙후되었던 층이었고, 2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경사광장의 상부에서 2층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게 하였다. 경사 광장은 공연, 집회, 전시, 벼룩시장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경사 광장 하부에는 전시, 공연, 행사를 위한 다목적 홀이 있다.
광장 하부의 문화재
경사광장의 하부는 문화재가 나올 것을 고려하여 현상 이후에 반지하 형태의 다목적홀로 설계되었다. 2016년 가을 착공을 해보니 중부 관아터가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고, 국내 최초의 현지 보존 방식을 사용하여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고 체험할 수 있게 하였다. 현상 설계의 계획에는 광장 상부에 구멍(void)과 아래쪽의 다목적홀 광장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 상징목을 심는 계획이 있었는데, 공사 시 문화재가 발견되면서 문화재 전시공간을 구성하며 변경되었다.
기존의 다목적홀은 유지한 채로 문화재를 반영하는 설계 변경이 되었고, 세운상가에 면한 경사광장 하부의 문화재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노출되고, 다목적홀과 순환회랑의 하부는 문화재를 보기 위한 강화유리판으로 바뀌었다. 이곳은 크게 3가지의 시간과 시대를 겹쳐서 보여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래쪽의 조선시대, 그 위에 여전히 남아있는 근대건축물의 기초와 기둥, 평면의 흔적(1960년대), 그리고 2017년의 현재가 그것이다.
다목적홀
다목적홀은 지하에 완전히 묻혀있지도 않고 지상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지도 않고 반쯤 땅속에 묻혀있다. 이것은 도시계획상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대지에 법적인 건물 면적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다목적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종묘와 종로 쪽에서 접근하는 시민들이 1층 세운상가 진입과 광장상부인 2층 그리고 다목적홀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한 고려였다. 종로 쪽에서는 접근할 때 장애인들이나 노약자들이 경사램프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반지하의 다목적홀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전망 엘리베이터
전면의 전망 엘리베이터는 현상 설계안의 개념인 종묘의 상징성과 수평성, 경건함과는 대치되는 것이었다. 현상 당선 이후 주민들의 강한 설치요구에 의해 서울시와 자문단, 설계자의 논의를 거쳐 결국 주민요구를 수용하여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한 개 또는 두 개, 동측이냐 서측이냐를 놓고 또 여러 고민이 오갔었다. 설치가 결정된 이후 세운상가 주민들이 우호적으로 변화되고 다른 사항들에 대해 협조적으로 이해해 주는 변화도 생겼으며, 서울시는 이 엘리베이터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옥상까지 연결하였다. 전망 엘리베이터와 옥상은 박현진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다.
화강석 바닥 패턴
남북방향을 따라 화강석은 150mm의 크기를 단위로 하여 150, 300, 450, 600, 750, 900mm의 치수들이 차례대로가 아니라 뒤섞여서 반복되며 배치되고, 세로로는 같은 폭의 화강석 판이 두 개 이상 연속으로 붙지 않고 전부 어긋나면서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일괄적으로 생산된 같은 크기의 돌을 깔면 되는 것이 아니라, 패턴에 맞추어 하나하나 화강석을 절단하고 배치하여 붙여야 하는 상당히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광장부터 보행 데크 끝까지 적용되어 있는 이러한 패턴은 하나 하나 돌을 쌓거나 잇는 전통적인 문양 구성 방식에 대한 은유이며, 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장인들의 속성을 의미하여 보다 의미있는 보행길이 되기를 바라는 의도이다.
세운상가 전면 계단
세운상가 전면의 중앙부는 벽돌을 되어있어서 내부의 교차하는 X자 계단을 막고 있었는데, 이 벽돌벽을 허물고 유리벽으로 바꾸어 내부에 있는 X자 계단을 노출하고 종묘와 어도를 바라볼 수 있게 하였다. 이 계단은 폭이 매우 넓으며 중간참을 공유하여 양 방향으로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게 되어있는 특이한 계단이다. 이 부분을 투명하게 만들어 밖에서도 계단을 보이게 하고 내부로 빛을 유입시켜 더욱 풍부한 공간으로 만들고 세운상가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했다.
세운 보행 데크
1960년대에 세운상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보행자 데크는 도시 내에 건물과 공중 보행로로 이루어진 길고 거대한 축을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건설되었으나, 시대와 산업의 이동과 변화, 계속되는 도시개발 속에서 보행 데크는 끊어지고 쇠락하고 도시민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세운상가는 인공데크 등의 도시적 맥락은 사라지고 거대한 메가스트럭쳐도 도심에 남겨졌다. 우리의 중요한 계획 중 하나는 데크와 골목길을 3차원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메가스트럭쳐를 골목길 스케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데크는 보행을 위한 용도가 주요 목적이지만 전시, 강연, 장터, 런웨이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현상안에서 3층은 데크 바깥쪽 주변의 도시 맥락과 입체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브리지가 제안되었다. 주변 건물의 옥상이나 건물의 중간층과 연결되는 것을 희망하였는데, 세운상가 보행데크 동측남단은 예전 아세아극장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며, 주변의 구역 재개발 계획에서도 보행데크와의 연결이 검토되고 있어 3차원적인 보행 도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입체적 연결에 대한 의도는 3층 보행데크에서 4층 높이로 올라가는 계단과 4층 브리지로 확장되었다. 대림상가 서측에서는 이 공간에서 상가 4층과도 직접 연결되는 브리지가 형성되어 있는데, 기존 브리지의 개념을 이어받아서, 신설된 계단을 따라 플랫폼셀의 지붕높이로 올라가면서 데크와 주변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고, 계단에 앉아서 데크와 지상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경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현상 당시 주어진 도면에는 데크의 높이가 8m내외로 주어져 있었는데, 당선 후 실측을 해보니 데크의 높이는 7m정도에 불과하고 위치에 따라 계속 달라졌다. 이 높이는 중간층을 걸기에 빠듯한 높이였다. 4.5m 의 자동차 통행 높이를 확보하고, 구조 및 마감 치수를 제외하고 나면, 2m내외의 치수가 간신히 확보되는 정도였다. 다행이도 2층 데크의 하부는 주차공간이기 때문에 높이를 4.2m 정도만 주고, 상부 보행에 필요한 공간을 겨우 확보하였으나, 도로 상부에 해당하는 세운상가 본 건물과의 연결 브리지는 구름다리 형태로 바뀌었고, 세운상가측은 높이가 특히 낮아 연결 브리지의 높이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풍경의 도입, 옛길의 흔적
세운상가는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의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볼 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데크에서는 이런 풍경을 적극적인 요소로 도입한다. 셀들이 없는 보이드(void)부분은 위치에 따라서 서로 다른 풍경을 담게 된다. 가깝게는 골목길의 연속적인 풍경이, 조금 멀게는 도시의 풍경이, 멀게는 내사산의 풍경이 프레임화된다.
주변 지역은 물길과 지형을 따라서 조선시대부터 형성된 거미줄 같은 골목길의 조직을 가지고 있다. 세운상가는 이런 조직을 폭력적으로 단절한 근대의 거대구조물이다. 이 지역의 200년 전의 지도와 거의 400년 전의 지도를 현대의 지도에 겹쳐서 길을 분석하고 옛길의 흔적을 찾아냈으며, 기존의 도시조직이 갖는 옛길의 기억을 복원하기 위해서, 데크 색깔보다 진한 고흥석을 사용하여 데크 위에 땅의 흔적(land-trace)을 표현하였다. 옛길의 흔적은 지상층과 보행데크 층에서 계획되었고, 옛길에 걸쳐 있는 플랫폼셀은 길의 형태로 잘려나가면서 오래된 길의 공간을 강조하게 된다. 이 옛길들은 건물 안쪽을 통해서도 이어지는데 장래에는 그 흔적이 건물 안쪽으로 침투하여 길의 형태가 나타나고 역사의 기억과 흔적이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데크 유리바닥
보행바닥은 세운광장과 같은 화강석 패턴으로 마감되어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보행로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보행데크 바닥의 중간 중간에는 유리가 설치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데, 원래 이곳은 그레이팅이 설치되어 데크하부에 채광과 환기를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물질들이 끼워져 있고, 노화되어 파손될 위험도 있었다. 현상안에서는 그레이팅을 드러내고 난간을 설치하여 보이드를 만들고 기존의 채광과 환기기능을 적극적으로 작동하도록 계획했다. 당선 후에 보행데크가 활성화되고 통행량이 많아지면 보행흐름이 난간으로 인해 방해되고 추락의 위험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고, 그레이팅을 보강하여 설치하면 작은 홈들로 인해 보행이 불편한 점과 이물질 문제가 제기되어 결국 채광이 어느 정도 가능한 강화 유리바닥을 설치하게 되었다. 유리의 투명도는 중간데크나 도로에서 올려다볼 때 여성의 치마속이 보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투명으로 처리하게 되었다.
계단, 난간, 역사의 흔적
과거의 건물을 완전히 새 건물로 대체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건물의 흔적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덧붙여나가는 것이 ‘현대적 토속’의 중요한 개념이다. 60년대 김수근이 설계한 세운상가의 콘크리트 계단과 난간을 보수하고 보존하여, 시간과 역사의 켜(layer)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도시 안에서 삶의 흔적(life-trace)을 기억할 수 있게 하고,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공존할 수 있게 한다. 기존 콘크리트 난간은 위쪽에 법적인 높이를 맞추는 손잡이가 추가로 달려서 계속 난간의 기능을 하는 것과, 셀 내부에서는 내부의 테이블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새로 만들어 지는 난간도 있는데, 기존의 계단을 보수하고 보존하면서 계단의 외부는 럭스틸로 마감하고 난간의 높이는 안전을 위해서 보강하였으며, 신설되는 난간은 콘크리트 분위기와는 대조되는 재료를 사용하여, 기존의 역사와 새로 쓰여지는 역사를 구별하여 보여준다.
전자기기, 실외기, 삶의 흔적
고대의 시설물이나 흔적, 오래된 조각, 도자기, 기구들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소재로 존중받은 반면에 가까운 근대의 산물들은 외면되어 왔다. 우리는 세운상가 주변의 많은 근, 현대의 모습들이 한 시대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역사적인 흔적과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좁은 골목길의 철물상과 각종 자재들의 모습, 특이한 운송수단인 삼발이, 매달린 전선들과 파이프, 문고리, 오락기, 노래방기기, 조명기기 등이 독특한 산업의 생태계를 구성하며 볼거리와 이야기를 제공하며, 각 점포들의 쇼윈도우를 통해 전시장처럼 다양하게 보여지고 공간과 거리를 구성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2층과 3층 상가 건물 측에 붙어있는 실외기들도 어지럽고 난잡하게 보이는 설비 기계이지만 벽돌, 콘크리트, 그리고 앞의 다양한 산업요소들과 같이 이 지역과 시대의 특성을 보여주고 그러한 공간과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로도 읽혀질 수 있고, 약간의 규칙성을 부여하고 정리작업을 통해 그런 분위기를 더 강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층의 실외기를 부분적으로 가리는 커버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커버판의 폭은 플랫폼셀의 규격과 동일하게 하여 연관성을 의도하였고, 실외기 공기배출을 위해 구멍이 뚫린 금속판을 사용하였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사람들의 2,3층의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해서 기존에 없던 시설인 에스컬레이터를 계획하였는데, 에스컬레이터는 가능한 한 기존 계단참을 이용하는 위치에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하여, 기존 계단을 철거하는 것을 최소화 하도록 고려하였다. 여기에서 기존계단과 새로 만들어진 중간 데크 사이에 보정이 생기게 되는데, 데크 바깥쪽의 기존 계단참 부분에서 건물 내의 중간 데크로 들어오게 될 때, 기존 건물의 큰 보에 막히는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외곽의 거대보를 잘라내고 잘라낸 부분을 철판, 철골 보강하여 사람이 중간 데크로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는데 계단을 다니다 보면 이런 부분들을 볼 수 있다.
노약자와 장애인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엘리베이터가 신설되었다. 데크에 면한 부분에 설치되어 2층과 3층에 접근할 수 있다. 초기 설계에는 보행 데크 내측영역에 구멍을 뚫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개념이었으나, 도로 하부의 지장물 이설이 불가하여 엘리베이터 위치가 보행 데크 외곽보를 잘라내고 사이에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엘리베이터 주변을 보면 잘라진 외곽보를 지지하기 위한 철골기둥과 잘라진 콘크리트 구조체들을 볼수 있다. 따라서 이곳의 엘리베이터는 새로운 건물에 들어간 깔끔한 마감의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콘크리트와 철골이 얽혀있거나 유리를 뚫고 들어오거나 하는 기존구조와 새로운 구조가 얽히는 모습들이 나타나게 된다.
플랫폼 셀(platform cell), 그린 셀(green cell)
플랫폼 셀은 데크 위에 설치되는 박스모양의 시설들로, 여러 가지 생산 활동과 사건의 플랫폼(platform)이라는 의미와 도시조직의 세포(cell)라는 생물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9m 폭의 데크에 3m 폭으로 배치되면서, 보행에 적절한 골목길이나 거리의 스케일을 가지게 된다. 플랫폼 셀이 없는 곳에서는 도시를 향해서 열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상안에는 플랫폼 셀의 개수가 훨씬 많았으나, 당선 후에 햇빛과 시야를 너무 많이 가린다는 민원과 40% 정도의 셀을 없애라는 자문의견으로, 셀의 숫자를 줄이고 데크 위에 보이드를 많이 만들었다. 셀 개수가 줄어든 것은 민원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여유로운 밀도를 가지게 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현상안에서 플랫폼 셀은 골목길이 세운상가 안쪽으로 파고 들면서 건물 내부의 장인들이 플랫폼 셀로 나오게 되고, 전시, 카페, 판매 등의 용도로 계획되었고, 현재에는 전시, 창업 지원 시설 등으로 사용되고, 스타트업 장인들이 입주하였으며, 메이커스 큐브(makers' cube)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2층의 플랫폼셀에는 화장실의 편의시설도 위치해 있다. 플랫폼 셀의 일부분은 폴딩도어가 설치되어, 도어를 열면, 내부 공간이 데크까지 확장되면서, 전시, 강연, 판매 행위를 필요에 따라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외부로 향한 폴딩 도어를 열면 도시의 풍경을 셀 안쪽과 데크 안쪽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내부와 외부, 데크와 도시가 연결되는 장치로 활용되며, 날씨가 좋은 날에는 공간의 확장을 유도할 수 있다.
플랫폼 셀의 재료는 세운상가의 오래된 느낌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시간성이 느껴지는 재료를 사용하였다. 플랫폼 셀의 재료를 보면 매끄럽고 반짝거리는 금속판이 아니라 광택이 없고 미세한 색과 패턴이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운상가의 오래된 느낌과 조화를 이루는 재료를 선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는데, 시간성이 느껴지는 패턴을 가진 금속재료를 찾기 위해 여러 재료를 고민하였다. 테라코타, 코르텐강, 발색스테인레스, 알미늄 아노다이징, 기타 금속이나 압축목재 패널 등 여러 재료를 두고 고민하다가, 서촌의 어떤 건물에서 사용된 금속재료를 조사해서, 럭스틸로 설계하였다.
그린셀은 조경을 포함하고 있는 셀이다. 현상안에는 없었으나 자문의견에 의해서 데크 위에 조경이 너무 없다는 지적을 받아서, 그린 셀을 만들고, 대나무나 침엽수의 조경이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도록 설계하였다. 침엽수는 식생환경이 열악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그린 셀은 화분 형태의 조경을 하는 것으로 설계했다. 그린셀 안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벤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2층 중간 데크
보행 데크는 건물 3층 정도 높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상에 있는 보행자들은 한번에 3개 층 높이를 올라가서 보행 데크로 들어서기는 어렵고, 더욱이 그 위의 골목길이나 거리를 상상하기가 어렵다. 이런 스케일을 골목길 스케일로 만들고, 골목길과 연속되는 3차원의 네트워크로 만들기 위해서, 현상안에서 중간 데크층을 제안하였다. 이는 지상층에서도 상부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며, 7-8m 정도의 높이의 데크를 한번에 올라가는 부담을 줄여서 접근성을 높이고, 침체된 2층이 활성화되면서 상부 데크(high level deck), 중간 데크(middle level deck), 지상층이 엘리베이터와 계단과 브리지를 통해서 서로 유기적이고 3차원적으로 그물망처럼 연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데크의 바닥 재료는 편안한 느낌의 목재로 마감하고, 천창을 통해서 조명되며, 보이드를 통해서 상하부와 시각적으로 연결된다. 전시, 창업지원, 화장실 등의 기능을 포함한 플랫폼셀을 배치하였다.
당선 후 2층의 중간 데크는 핵심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대에 부딪혔으나, 재생과와 설계자의 의견으로 다행이 유지되었다. 플랫폼 셀이 햇빛을 가린다는 이유로 자문회의에서 40% 정도의 숫자를 없앨 것을 요청하여, 셀의 숫자를 줄이고 데크 위에 보이드를 많이 만들었다. 밀도를 잃었으나 상하의 연결성은 좋아지는 장점이 있었다. 설계 납품 이후 플랫폼셀의 운영계획이 확정되면서 위치와 크기들이 조정되었고, 데크 내부에 설치하려는 엘리베이터는 공사 중에 하부지장물이 이설 불가능하다는 결정이 되어 설계변경을 하였다. 자문회의에서 데크 위에 조경이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그린 셀을 만들고, 대나무나 침엽수의 조경이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도록 설계하였는데, 데크 하부인 1층의 식생환경이 좋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시되어 3층까지 연결되는 조경은 제외되었으며, 수종에 대한 변경이 있었다.
중간데크의 기둥은 특이하게 되어 있는데 데크 안쪽의 기둥들은 지상에 지지하지 않고, 전부 보행데크층의 구조에 매달린 기둥으로 설계되었는데, 이는 아래쪽이 도로와 주차공간 이기 때문에 기둥의 설치가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데크의 바깥쪽으로는 기존의 콘크리트 기둥과 사이사이에 추가적인 철골기둥과 보가 설치되어 중간데크층을 지지하는 동시에 기존 보행데크의 구조를 보강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데크 안쪽으로는 매달린 기둥, 바깥쪽으로는 땅에 지지하는 기둥의 특이한 형식을 가지게 된 것이다.
2층 연결 브리지
현상안에서 2층 데크에서 본 건물로 연결되는 브리지가 여러 곳 있었다. 당선 후 실제 설계를 진행하면서 실측한 결과, 현상 때 제공된 도면과는 달리 건물과의 연결 브리지 하부로 자동차 통행 높이인 4.5m가 확보되지 않고, 평면적으로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 높이 확보 때문에 연결 브리지는 몸을 숙이면서 지나갈 수 있는 부분도 생기게 되었다. 현실적인 문제로 많은 브리지가 설치되지 못했으나,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래의 연결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하여 가능한 곳은 연결을 하는 것으로 진행하였으며, 점점 많은 곳이 연결되어 3차원 그물망의 조직이 침투할 수 있고, 동서가 연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보행 데크의 보수 보강
보행 데크의 구조에 대해서는 많은 회의, 자문과 대안 검토가 있었다. 50년이 된 구조물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당시의 구조설계나 시공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고, 안전진단이라는 외부조사에 의해 구조물을 파악하였다. 보강공법은 철골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선보강이라는 방식을 제안하여, 기술심의는 통과했으나 이후 실시자문에서 특허문제, 비용, 유지관리 문제로 인해 철골보강, 탄소판, 아라미드보강으로 실시 설계를 했다. 기초에 대해서도 기존 구조체에 대한 데이터가 없어서 설계에 의해 추가되는 하중에 대해 기초보강을 하는 것으로 하여 기존 기초에 파일을 추가하였다. 구조물을 보수하고 보강하는 방법은 몇 차례의 변경을 거쳐 결정되었는데, 일단 보수와 보강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보수는 기존 콘크리트 구조체가 오래되어 표면이 금가고 깨진 부분들이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갈아내어 정리하고 보수재료를 채워 넣는 것, 데크를 바로 하부에서 받치고 있는 구조체들의 전체 표면을 감싸주는 보수를 통해 탄산화나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보강은 보행 데크의 셀이나 지붕, 마감, 중간 데크에 새로 생기는 구조물들로 인한 하중이 발생하고, 기존 구조물이 이런 하중이 추가되어도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데크 하부 보에 직접 붙은 철골과 구조체 하부의 인장력을 키워주는 얇은 탄소판재료의 보강 등이 있으며, 데크 외단부 측의 철골보와 기둥들도 무게를 배분하기 위한 보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운상가 바로 밑의 땅속은 매립층으로 아주 약한 지반으로 되어있고, 건물의 기초하부에는 아주 깊은 곳의 암반까지 힘을 전달해주는 파일기둥들이 박혀 있는데, 보이지는 않지만 기존기초 여러 곳에 새로운 파일기둥들을 추가로 박아 넣어서 지지를 하도록 하였다.
대림 상가 신설 데크
3층 부분에 데크를 신설하는 부분이 일부 있었는데, 대림 상가의 동측 보행데크의 남단 26미터 구간은 원래 데크가 없이 끊어져 있던 부분이었고, 여기에 기존처럼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신설 데크를 설치하여 대림상가를 둘러싼 보행로를 완성시키는 것이 제안하였다. 이 부분의 신설 데크는 방재 담당 부서의 협의를 통해서 소방차 통행 높이를 맞추고 데크를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
이 신설 데크에는 을지로 지하상가에서부터 지상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에 이어, 중간 데크와 보행 데크 상부까지도 동선을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설계되었는데, 공사단계에서 주변 철물상점에서 자재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민원이 발생하였고, 수차례의 협의와 변경검토를 거친 끝에 결국 현시점에서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데크 하부 지상 공간
지상층의 공간은 데크 하부의 차로, 빽빽한 사선주차, 건물구조(기둥 등), 주변상점에서 쌓아놓은 상품들, 가판대 들로 정신없이 이루어져 있어 보행통로의 폭이 1미터도 안 되는 부분도 있는 좁고 복잡한 공간이었다. 물론 동서방향의 작은 골목길들은 그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 공간이지만, 데크를 따라 남북으로 이어지는 이 부분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하게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여러 번의 자문 회의와 MP회의를 거치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한 결과 여러 대안을 제시하여 45도 주차 방식의 주차구획 수를 도로와 나란한 평행주차 방식으로 변경하여 2미터 이상의 보행자를 위한 공간의 폭을 확보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기존 120대에 달하는 주차구획에서 50대 정도의 구획을 삭제해 70대만 남기면서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이렇게 확보된 보도는 지상층의 보행환경도 개선하고, 데크로 올라가는 계단 뿐만 아니라 새로 설치되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와 편리하게 만나며 사람들의 이동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장인들의 사회
세운상가의 재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 생태계(금속, 전자, 전기)과 어울어지면서 오랜 시간 동안 이 지역에서 자라온 장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이 지역만의 특성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생산 소비 방식은 공장의 하이테크(high-tech) 에서 장인들의 하이터치(high-touch)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이곳의 고유한 기술과 생산 방식을 사용하여 독특한 물건들을 만들고, 설계, 생산, 전시, 홍보, 판매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장인들의 사회이다. 이곳에 창작, 창업, 교육, 스타트업도 유입되면서 기존의 장인들과 함께 4차 산업 혁명의 메카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청계천 공중 보행교
청계천 공중 보행교는 기존 데크 레벨을 연장해서 끊어진 세운상가를 연결하고, 플랫폼 셀들을 배치해서 도시 조직을 연속되게 만드는 것으로 제안되었다. 피렌체의 베키오(Vecchio) 다리처럼 시민들이 상점이나 공공시설을 사용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열린 풍경을 보면서 청계천 위의 데크를 건널 수 있는 개념이었다. 청계천 상부의 중간 데크 레벨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광장을 구성하고, 기존 데크 레벨과는 넓은 계단으로 연결한다. 이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앉아서 청계천을 바라볼 수 있고, 공연이 열리면 넓은 계단은 관람석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당선 후에 공사 기간과 난이도 상 세운교를 제거하기 어렵고 청계천에 기둥을 설치하기 어렵다는 발주처와 MP회의에 의해서 떠있는 중간마당을 제거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 다음으로 자문회의를 통해서 브리지 위의 플랫폼 셀이 제거되었다. 도시 맥락을 연결시키기는 하지만, 브리지 위에서의 시선을 차단하고 하중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행교 위의 플랫폼 셀과 중간마당이 제거되고 보행교 위해서 청계천의 풍경과 일출과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계단식 스탠드가 설치되었다.
그 다음 어려운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청계천에는 유량의 문제로, 청계천 주변은 우수를 관리하는 공동구의 문제로, 도로는 교통의 문제로 기둥을 설치할 수가 없었다. 결국 기둥을 놓을 수 있는 위치는 세운상가, 청계상가 앞의 인도였고, 기둥 사이의 간격은 50m 였다. 첫 번째 제안한 구조적 대안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브리지를 인장력으로 매단다는 상파울로 현대 미술관에서 사용되었던 구조적 방법이었으나, 너무나 거대한 구조물의 느낌 때문에 제외하게 되었다. 다른 대안으로 트러스 형식으로 2층과 3층에 보행통로가 있는 구조를 설계하였는데, 구조가 과하게 드러난다는 이유로 제거되었다. 브리지의 두께가 최대한 얇고, 가장 간단하고 가벼운 구조적 대안을 찾았고, 여러 다양한 구조적 대안이 제시되었으나, 결국 가장 기본적인 강박스 교로 설계하게 되었다.
청계천 연결 보행로 교각
연결 브리지에는 총 8개의 교각이 필요한데, 이 위치를 잡기 위해서 중구청, 종로구청, KT, 한전 등에 상하수도, 통신, 전기 등의 지장물도를 취합해서 보행과 차량통행에 지장이 없으면서, 지장물이 적은 위치에 일부 이설을 전제로 기초위치를 정하여 설계하여 기둥위치와 브리지의 구조에 대해서 여러 차례의 자문회의와 도기본 회의를 거친 끝에 납품하였다. 그런데 착공을 하여 교각 위치에 땅을 파보니 지장물도에 나와 있지 않은 수많은 지장물이 나왔으며 이설이 불가능하였다. 이 지장물들은 이명박 시장 당시 청계천 복구 공사를 할 때, 지장물도를 정리하지 않고, 청계천 상부의 지장물을 인도에 마구잡이로 이설한 것이었다. 결국 교각 위치를 다시 잡아야 하는 설계 변경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일들은 데크 하부에서도 벌어졌다. 도로나 보도 하부의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피트, 정화조 등을 설치할 위치의 지장물들이 자료와 다른 위치에 있거나, 지장물도에 없는 관로들이 발견되거나 하는 일이 있었으며, 대부분 구조물을 비켜나도록 지장물을 이설하거나 꺾는 것은 불가하다는 관리청의 의견으로, 엘리베이터나 구조물의 위치를 변경하는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청계천 연결 계단
청계천의 동서축과 세운상가의 남북축을 연결하는 서울시 보행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청계천은 유량에 민감하기 때문에 신설 계단 설치 시 유량 변동에 따라서 설치 여부가 결정되었는데, 다행이도 계단에 의해 4센티미터 정도의 미묘한 수위상승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판명되어 설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청계천의 유동인구를 세운상가 보행 데크로 끌어들이고, 보행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4층 높이에서 주변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을지로 연결
이 부분도 청계천 연결계단과 마찬가지로 서울시의 보행네트워크상 중요한 부분으로, 남북축의 보행데크와 동서축의 을지로, 그리고 시청부터 DDP로 이어지는 을지로 지하의 동서 보행축을 연결해 주는 부분인 것이다. 을지로 지하상가의 동서축과 세운상가 데크의 남북축을 연결해야 하기 위해서 에스컬레이터를 통한 연결을 계획하였다. 현상설계 제출안에서는 지하연결통로만 계획되었었으나 자문을 통해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연결부분을 강조하고 휴게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 폭 50m의 지하 광장이 요구되어 설계하였다. 하지만 공사비가 지나치게 나올 수 있다는 의견으로 폭 20m의 지하 광장으로 설계변경 하였고, 두 가지 대안을 두고 여러 차례의 회의와 토론이 있었다. 결국 20m 폭으로 결정되었다. 공사 방식에 있어서 설계자는 굴토식을 제안하였지만, 도기본에서 개방식(open cut)으로 설계하기를 요청하였고, 개방식으로 설계를 하였고, 착공 이후에 도기본에서 굴토식으로 설계를 바꾸기를 요구하여, 다시 굴토식으로 검토하였다.
대림상가 주민들은 을지로 지하상가와 대림상가 지하 1층이 직접 연결되기를 강력하게 요구하였고, 두 레벨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설계하였다. 착공 이후에 을지로 지하상가와 세운상가 데크를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있는 상점의 민원이 들어와서, 에스컬레이터의 방향을 바꾸고 그에 따라서 2,3층의 플랫폼 셀의 위치도 변경하였다. 바꾸는 방향 쪽에 있는 상점에서 강한 민원이 들어와서 논의와 설득이 계속되었다. 결국 이 부분이 2차 단계의 을지로 공중 보행교의 교각과 간섭이 생기는 점을 고려해, 2차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일단 연기되었다.
다시 세운을 기대하며
보행친화적인 도시를 만들려는 서울시의 여러 재생사업 중 세운상가 공공공간은 도심내 복잡한 상황 속에서 역사와 살을 맞대며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과의 차이점이 있다. 서울역 고가처럼 독립적인 보행공간의 성격과는 달리 모든 지점과 높이에서 주변과 관계하고, 역사의 흔적과 도시민의 생활상이 코앞에 펼쳐진다.
이러한 도심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끊어진 흐름들을 연결하고 뜨개질 하듯이 한 땀 한 땀 엮어가는 작업은 몇 명의 의지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수많은 개인과 집단의 의견과 의지가 충돌하고 타협하고 조율되면서 만들어진다. 수많은 회의와 보고, 협의와 자문, 민원과 검토는 이런 타협과 조율이 이루어지는 장이다. 설계가 완료되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도 이런 조율을 통해서 설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조정된다. 모든 기억을 지우고 백지상태(Tabula rasa)에서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간단하다. 반대로 역사를 존중하고 삶의 흔적과 기억을 보존하는 것은 충돌과 변화 속에서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그 작업들은 매우 길고 어려웠지만 역사 속에서 보람있고 의미있는 작업으로 기억될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